1. 전세사기, 왜 청년들이 타깃이 되는가
전세사기는 단순한 부동산 범죄가 아니다. 누군가의 첫 독립, 첫 사회생활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위협이다. 특히 청년층은 사회경험이 적고 부동산 거래에 익숙하지 않아, 허술한 전세계약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되기 쉽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수가 청년층이라는 점은 단순 통계를 넘어 사회 구조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들이 처음 전세계약을 맺을 때 마주하는 문제는 단지 계약서 작성이 어렵다는 수준을 넘는다. ‘이게 괜찮은 집인지’, ‘보증금은 안전한지’, ‘중개인이 신뢰할 만한지’ 등 너무 많은 불확실성과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사기범들에게는 ‘먹잇감’을 찾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계약 구조의 복잡성, 부동산 시장 정보의 비대칭성, 법적 용어의 난해함 등이 뒤엉켜 청년을 사기의 표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피해자는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이다.
2. 청년센터에서 시작된 전세사기 예방 교육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년층을 위한 전세사기 예방 교육을 본격화했다. 특히, 2025년 7월부터는 청년센터를 거점으로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일방적인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실습과 참여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 방식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2025년 상반기부터 대학 캠퍼스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건국대, 전남대, 배재대, 그리고 부산 북구청 등의 기관에서 총 17회 이상 운영되며 현장 경험을 축적해왔다.
청년들이 처음 접하는 부동산 정보는 대체로 부모님의 조언, 인터넷 카페 글, 또는 중개업소의 설명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전세계약서의 각 항목을 이해하고, 보증보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에 대해 실질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안심전세 꼼꼼이 대학생 서포터즈’와 같은 청년 참여형 캠페인이 함께 운영되며,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3. 참여형 보드게임 교육이 특별한 이유
이번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보드게임’을 활용한 실습 방식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방식은 실제 전세계약 과정을 단계별로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교육생들은 게임을 통해 임차인의 입장에서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한다.
게임은 한국부동산원과 인천대학교가 공동 개발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계약 사기 사례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법률적 리스크 요소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계약금 이중 입금, 위조 등기부등본, 전입신고 누락 등의 리스크를 게임상에서 마주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교육용 게임’이 아닌, 전세계약 체험 시뮬레이터라고 봐야 한다. 교육생들은 실제 계약에 앞서 여러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계약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 교육이라는 말보다 경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현실감이 높다.
4. 부동산 계약, 게임으로 배우는 실전 감각
부동산 계약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의 문제가 아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오가는 ‘법적 약속’이며, 일상이 좌우되는 중대한 선택이다. 이러한 무게감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고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보드게임 방식의 교육은 단순히 학습을 넘어서서 위험 인식의 훈련이 된다. 게임 속에서 한 번 실수하면 가상의 보증금을 잃게 되듯이, 현실에서도 단 한 번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또한 ‘몰입감’이라는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기존 강의식 교육이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보드게임은 참여자들의 능동적인 사고, 판단, 협업을 요구한다. 이는 곧 ‘정보’가 아닌 ‘경험’으로 기억되며, 훨씬 더 오래 남는다.
게다가 게임 이후에는 실제 계약서 항목 검토, 등기부등본 열람, 보증보험 가입 등의 내용을 정리하며 학습 내용을 공고히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여기서 현실이 된다.
5. 예방교육의 전국 확산과 정책적 의의
이번 전세사기 예방 교육은 단지 청년센터 한두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구 청년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모든 청년센터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의 범정부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또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제작도 병행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영상은 복잡한 계약 용어를 쉽게 풀어주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보는 계약서 교육’을 지향한다.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도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접근성과 확장성 모두를 확보한 셈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의 피해 예방에 효과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청년이 안심하고 독립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주거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6. 마무리하며: 청년 주거 안정,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세사기는 누군가에게는 뉴스 기사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된다. 청년들이 독립을 꿈꾸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 사기로 인해 좌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무이다.
보드게임이라는 다소 특별한 접근은 그 자체로 혁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이다. 그리고 이 교육은 그 의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몰라서 당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제대로 알고, 스스로 선택하고, 당당히 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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