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계획가 간담회, 영주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의 길을 묻다
1. 총괄계획가 제도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일 걷는 거리, 머무는 공간, 마주하는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도시의 표정이다. 그 표정을 짓는 이가 바로 ‘총괄계획가’다.
총괄계획가 제도는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도시건축디자인 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한 민간 전문가가 해당 지역의 주요 도시공간에 대해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제도는 단순한 디자인 제안을 넘어 도시 전반의 구조, 동선, 기능, 역사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총괄계획가는 도시의 성격을 반영한 공공건축물 기획을 주도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조력자다.
‘도시는 계획 없이 자라지 않는다’는 말처럼, 총괄계획가 제도는 도시의 미래를 미리 설계하고, 무분별한 개발 대신 조화로운 성장으로 이끌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2.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을 위한 간담회의 의의
2025년 6월 26일, 경북 영주시에서 열린 ‘총괄계획가 간담회’는 도시건축디자인의 품격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이 간담회에는 총괄계획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전국의 기초·광역지자체 11곳과 건축공간연구원이 참여해 도시공간의 통합 전략과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이 자리는 단순한 회의가 아닌 ‘경험을 나누는 현장’이었다. 정책이라는 추상적인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실행된 건축 사례를 답사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서로 다른 지역이 같은 목표 아래 연대하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이 간담회는 영주시 총괄계획가의 해설과 함께, 수상 이력이 있는 공공건축 현장을 직접 돌아보는 시간도 포함되어 공공건축이 시민 일상 속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도시는 사람을 품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간담회는 바로 그 그릇의 형태와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3. 영주시의 선도적 역할과 도시디자인 우수사례
3-1. 전국 최초의 총괄계획가 제도 도입
영주시는 200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총괄계획가 제도를 도입한 도시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시기적 도입이 아닌, 도시 디자인과 건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제도화한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총괄계획가 제도 도입 이후, 영주시는 권역별 공공건축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공간 전략을 적용해왔다. 이는 도시가 기능적인 면뿐 아니라 정서적, 문화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누군가는 "지방 소도시에서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주는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도시의 철학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3-2. 도시 품격을 높이는 공공건축 우수사례
이번 간담회에서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및 건축문화대상 수상작인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이 현장답사 장소로 선정되었다. 노인복지관은 개방된 마당, 옥상 바닥분수, 다양한 연령층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복지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장애인복지관은 옥상을 공원처럼 활용하고, 건물 내 모든 공간에서 자연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드러냈다. 공공건축이 단지 ‘있는 것’에서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흐름을 실천한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공간들은 주민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도시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결국 좋은 건축은 사람을 배려하는 설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3. 영주형 도시건축디자인 전략
영주시는 이번 간담회에서 ‘영주형 도시건축디자인 전략계획’ 수립 현황도 공개했다. ‘삼각지 녹색거리’, ‘역사문화거리’, ‘시청 앞 거리’, ‘전통시장’ 등 영주 도심의 다양한 권역에 맞는 디자인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계획은 단기적인 재생이 아닌 장기적 통합전략 하에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10분 동네’ 개념을 접목해 인구 10만의 소도시에서도 접근성, 쾌적성, 일상성을 고려한 도시공간 설계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 영주시가 기초를 닦아온 총괄계획가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공공건축은 단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일상과 문화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영주의 사례는 이를 실천한 대표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4. 도시건축의 통합전략과 공간환경 혁신
공공건축은 이제 단순한 하드웨어 구축을 넘어선다. 도시는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건축물이 배치되고, 각각의 건축물은 지역 맥락과 공동체 기능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국토부와 건축공간연구원은 그간의 지역 활성화 정책 성과를 분석하고, ‘공간환경 질 향상을 위한 디자인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도시건축디자인의 시스템화와 체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한 건물만 잘 지었다고 평가받는 시대가 아니다. 도시 전체가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걷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공간은 단순한 빈 여백이 아니라, 도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숨결이다.
5. 총괄계획가 제도의 전국 확산 방향
국토교통부는 영주 간담회를 계기로 총괄계획가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초와 광역지자체, 인구 규모, 운영 기간 등에 따라 유형별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체계화해 전국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시의 가치와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이 제도는 지역 활성화, 공동체 회복, 문화적 연속성 확보 등 다양한 효과를 갖는다.
단지 도시를 바꾸는 게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의 작은 디자인 하나가, 내일의 도시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영주시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이제 전국 곳곳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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